잡담

다시 Merry Christmas!

꿈꾸는 아빠나무 2023. 12. 23. 15:40

최근 전 세계적인 이슈가 몇 개 있지만 그중 가장 체감되는 것 중 하나가 지구 온난화인 것 같습니다. 그게 점점 체감이 되는 게 4계절이 뚜렷했던 우리나라의 날씨가 이제는 여름과 겨울만 남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특히 여름이 길어졌지요. 봄은 4월만 돼도 여름 날씨가 되고 가을은 11월에도 반소매를 입고 다녀야 할 정도로 말이지요. 12월이 된 지 한참이 되었는데도 얼마 전까지 모기를 잡느라 밤에 깨곤 해서 솔직히 12월 그러니까 겨울이 됐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물론 지난주까지 말이지요.
이번주 들어 갑자기 바뀐 날씨에 많이 추워서 힘들기도 했지만 솔직히 조금은 반가운 맘도 들었습니다. 드디어 겨울이 왔구나 하고 말이죠. 네, 겨울을 좋 좋...아합니다. 
이렇게 좋아하다보니 그동안 잊고 있었던 것이 또 다가오네요. 네, 크리스마스가 어느새 내일입니다. 그런데 잊고 있었던 건 저만 그런 것은 아닌가 봅니다. 길거리 분위기는 덤덤을 넘어 싸늘하고 마트도 쇼핑몰도 가게들도 크리스마스 장식이 되어있는 곳이 드물고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도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내용을 듣긴 어렵습니다. 세상이 어수선하고 계속되는 불경기의 영향 때문이라고 생각되지만 사람들이 삭막해져 가는 게 아닌가 해서 아쉬운 맘이 듭니다.
'멋진 인생(It's a wonderful life)'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1946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굉장히 유명한 영화이니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워낙 오래전 영화이니 모르는 분들이 더 많을 것입니다. 이 영화는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처럼 크리스마스이브 하루동안 일어난 일을 다룹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조지 베일리인데 그는 선량하고 또 꿈이 매우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어려서부터 모험심이 커서 자신이 자란 곳을 벗어나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 했지요. 하지만 그가 꿈을 이루려고 할 때마다 자신의 꿈대신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을 선택하므로 결국에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을 전혀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래도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도 여럿을 낳아 나름 행복하게 삽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러니까 크리스마스이브에 그는 일생일대의 위기를 만나게 됩니다. 저리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택 자금을 대출해 줘서 그들이 집을 갖도록 해주는 사업을 하던 그는 같이 일을 하던 삼촌이 큰 회사돈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파산의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게다가 그 돈은 정부와 연관되 있어서 그는 공금횡령이라는 죄마저 뒤집어쓸 위기에 처하지요. 백방으로 돈을 구하려 하지만 라이벌에게 자살해서 생명보험금으로 그것을 메꾸라는 모욕마저 당하며 궁지에 몰린 그는 결국 얼어붙은 강에 투신함으로 자신의 삶을 끝내고자 합니다. 그런데 막 뛰어들려던 그에게 물에 빠져 허우적 대는 사람이 보입니다. 결국 그는 자살하는 대신에 사람을 구하게 되지요. 물에 빠져 얼어버린 몸을 같이 녹이면서 그는 자신이 구한 사람에게 자신의 형편을 이야기하게 되고 좌절감과 자신의 삶에 대한 회의에 그만 자신이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다면 좋겠다고 말하게 되지요. 사실 그 사람은 천사장에게 조지를 도와주라는 명령을 받고 내려온 천사였고 그는 조지의 뜻을 받아 세상을 바꿔놓지요. 즉, 조지가 없는 세상 말이지요. 조지가 없는 세상은 라이벌인 고리대금업자가 자신의 뜻대로 마을을 좌지우지하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 상황이고 조지가 어린 시절 구했던 동생은 조지가 없었기에 죽음을 피하지 못했으며 조지와 관련된 사람들은 모두 불행한 삶을 살고 있었지요. 그를 본 조지는 자신이 꼭 필요한 존재였음을 깨닫게 되었고 다시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기를 소망하게 됩니다. 다시 돌아와 부인과 아이들을 정말 말 그대로 뜨겁게 안으며 다시 삶을 기뻐하던 그에게 그가 평생 도움을 줬던 모든 사람들이 소액일지언정 갖고 있던 모든 돈을 모아 주어서 위기를 벗어나게 합니다. 진짜 그의 삶은 헛된 것이 아니었지요.
이 영화를 만든 프랭크 카프라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서 전쟁의 참상, 사람들의 비인간화를 직접 경험한 사람이었지만 사람과 세상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종전 후 불과 1년 만에 위와 같은 영화를 만든 것이겠지요. 
유명한 캐럴 '거룩한 밤(Oh! holy night)'은 그 아름다운 멜로디와 노랫말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그 노랫말 중 제가 좋아하는 부분은 '두려움 많은 세상 놀라운 희망을 즐거워한다(A thrill of hope the weary world rejoices)'입니다.
세상이 요즘 참 힘듭니다. 들리는 이야기는 좋은 것보다는 불길한 것들이 많습니다. 벌써 오래전부터 들리던 전쟁이야기에 또 다른 전쟁 소식. 기후 위기. 전 지구적인 불경기 등등. 정말 분위기가 별로인 지금 맞는 크리스마스이기에 어쩌면 그저 지나가는 하나의 휴일일 뿐일 수 있겠지만 약 80년 전 참혹한 전쟁을 겪으면서도 희망을 꺽지 않았던 프랭크 카프라처럼 그리고 기독교 신자이던 아니던 2000년전 불행한 세상에 희망을 전해주고 바꾸려고 헌신하셨던 분의 삶을 생각할 때 위 캐럴의 노랫말처럼 조금은 희망을 가져도 그리고 지금 이 크리스마스를 즐거워해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여러분 평안하세요.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