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기계식 키보드 구입
최근에 새롭게 컴퓨터를 조립했다. 전에 사용하던 컴도 내가 사용하는 용도로는 그렇게 느리다고 느껴지지 않았고 파워를 제외하고는 말썽을 일으키는 부품들도 없어서 그냥저냥 계속 사용해 왔는데 아무래도 오래된 시스템이다 보니 인터넷 환경이나 프로그램들이 서서히 지원하지 않는 것들이 늘어나서 부품별로 업그레이드하느니 아예 새롭게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아 맘에 드는 장치들을 구입해서 조립했다.
조립하는 와중에 해프닝도 있었지만 그래도 뭐 잘 조립해서 현재 사용 중인데 기대가 커서 그런가 예전 시스템에 비해 생각보다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변한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가끔 버벅거리던 프로그램에서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확실히 업그레이드 된 것 같다.
그러는 와중에 키보드와 마우스는 원래 사용하던 것을 계속 썼는데 마우스는 최근에 어깨가 아파서 에르고노믹으로 바꿨기에 키보드만 사용한 지 15년이 넘는 아주 오래된 놈이라서 왠지 새로운 시스템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키보드도 새롭게 교체했다.
이왕 바꾸는 김에 기존의 검은색 대신 화사한 색으로 바꾸고 싶어서 위 이미지 중 가운데 화이트+블루를 선택했다. 키 스위치는 기존 것이 체리 청축이었는데 타건감이나 소리는 좋았지만 역시 뭔가 새것을 써보고 싶은 맘에 게이트론 갈축을 가진 녀석을 골랐다. 게이트론 키는 솔직히 잘 모르지만 체리 키에 비해 저렴한 것도 같고 예전에 체리 이외의 것들에서 체리와 아주 다른 점을 느끼지 못했기에 별 부담 없이 선택했다. 체리와 게이트론은 물론 분명히 차이가 있겠지만 내가 무뎌서 그런지 그렇게 큰 차이를 못 느끼겠다.
그렇게 주문했고 오늘 물건이 도착했다. 제품의 첫 느낌은 깔끔하다는 것 그리고 위 사진에 나오듯이 LED가 눈이 부시다는 것. 다행히 하단 LED는 쉽게 끌 수 있고 키보드 LED는 조정이 가능해서 타건 되는 키보드만 순간적으로 점멸되게 만들었다. 지금 이 글이 새 키보드를 이용해서 처음으로 작성 중인데 타건감을 말하자면 예전 것에 비해 약간은 가벼워진 느낌이 든다. 키압이 낮아져서인지 키를 누를 때의 반발력은 크지 않고 편안한 느낌이다. 앞서 말했듯이 기존 키보드를 워낙 오래 사용해서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지만 예전 것이 좀 반발력이 센 편이어서 오래 글을 쓰면은 약간은 불편한 느낌이 들기도 했기에 이 변화는 반갑다. 무거운 키감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겠지만 말이다.
많이 알려진 대로 카랑카랑한 소리를 자랑하던 청축에 비해 타건 할 때 소리는 약간 무디게 들린다. 그렇다고 해서 그 소리가 그렇게 작지도 않아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공간을 쓰는 사람이라면 주의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케이스도 잘 짜여져서인지 통에서 울리는 공명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키보드 자체 무게도 상당하다. 크기는 예전 거에 비해 살짝 작지만 무게는 거의 엇비슷하고 밑에 큼지막한 고무를 덧대어서 쉽게 밀리지 않는다.
키보드 상태를 나타내는 LED 표시등은 오른쪽 상단에 있는데 크기도 크고 광량도 충분해서 눈에 잘 들어온다. 그런데 빛이 쌔다 보니 켜져 있는 등 밑에 부분도 살짝쿵 빛이 보인다. 때문에 처음에는 등이 켜진 것으로 착각도 했다. 그래도 이런 것은 익숙해지면 금방 구분이 될 것이다. 아무튼 충분한 크기와 광량 덕분에 캡스록등이 들어왔는지 여부를 잘 알 수 있다(먼저 익숙해져야겠지만). 키캡은 이중 사출로 각인된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오래 쓰더라도 각인이 지워지거나 하지는 않을 테니 좋은데 각인된 폰트가 그렇게 예쁘진 않다. 너무 굵은 느낌이 드는데 좀만 얇게 만들었다면 좀 더 예쁘지 않았을까 싶다. 여기에 구성품 중 키보드 커버가 있다는 점은 플러스 요인이다. 키를 각각 덮어서 여차하면 씌우고도 쓸 수 있는 부드러운 재질은 아니고 전체를 덮는 딱딱한 타입이지만 먼지로부터 조금 더 자유로울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사용하기 시작한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는 만족스럽다. 조금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청축에서 느껴지던 뭔가 두들기는 쾌감이 부족하다는 것. 뭐 이거야 감안해서 구입한 것이니 감수해야 할 것이고 그 이외에는 만족스러우니 앞으로 잘 사용해 볼 예정이다.
내가 구입한 콕스 CY104의 가격이 다나와 최저가 기준 7만 원이 조금 안 되는 수준인데 저렴한 기계식 키보드가 2~3만 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그렇게 저렴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10만 원을 훨씬 상회하는 것들이 많은 걸 보면 이 가격도 그렇게 비싸다고 하기는 뭐 하다. 어떻게 보면 컴퓨터 부품 중 몸에 가장 많이 부딪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키보드나 마우스는 그래도 괜찮은 걸 사용하는 것이 몸을 위해서 좋다고 보기에 어느 정도 투자할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이상 사진 없이 글로 때운 간략한 사용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