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영화 '암살'을 보고

꿈꾸는 아빠나무 2015. 7. 25. 13:42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암살'을 그제 봤습니다. 사실 영화를 연출한 최동훈 감독의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최감독에 대한 선입관은 없었고 평론가들이 그에게 가한 갑자기 무게 잡는다는 평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지요. 아무튼 기대를 갖고 봤고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갈 때 느낌은 '매우 만족스럽다'였습니다.

 

장르로 명성을 떨친 감독답게 영화는 매우 '재미'있습니다. 딱히 복잡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평면적이지도 않은 적당한 캐릭터들과 플롯 그리고 반전 등, 오락영화로 볼 때 정말 그 요소가 잘 맞아 떨어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그리고 이 영화는 상당한 '메시지'가 담겨있습니다. 담 달이면 무려 70번째 맞는 광복절이 돌아오지만 그 아픈 흔적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는 일제강점기와 그에 공헌한 그에 맞선 그리고 그것에 의해 만들어진 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말입니다. 70년이나 흘렀지만 감독 말마따나 아직도 청산되지 못한 잔재들은 정말 우리나라, 민족이 해결해야 할 숙제이지요. 현재상황을 보면 그게 가능할까 하는 회의가 들지만 말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특히 흥미로웠던 것이 몇 가지가 있는데 첫째가 이 영화의 메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전지현의 연기입니다. 전지현이 90년대 후반에 등장해서 스타덤에 올라선 것은 전공이라 할 수 있는 연기부분이 아니라 CF덕이었는데 그런 것에 대해서는 습관적으로 엄격해지는 탓인지 그녀의 연기는 매우 맘에 안 들었습니다. 처음 주연을 맡았던 '시월애'에서 과거와 미래가 믹스되는 상황에서의 그녀의 연기는 시종일관 일정했고(나쁜 의미로) 게다가 극중 직업이 성우였는데 왜 그리 발음이 옹알대는지 좀 짜증도 났었지요. 나중에 영화보고 평을 커뮤니티에 올렸다가 전지현빠(?)와 키배도 뜬 기억도 나네요. 이런 전지현의 연기는 그의 히트작이자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엽기적인 그녀'에서도 별 달라진 것 같지않아 제 기억속에서 그녀는 '멋지게 생겼지만 연기는 꽝'으로 아로새겨져 버렸는데 '암살'에서는 그런 저의 기억을 다시 리셋해도 좋을 만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직도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적어도 그녀가 인터뷰에서 뭉클했다고 하는 부분, 임무에 들어가기 전 다른 투사들과 같이 사진을 찍으며 '대한독립만세'를 읋조릴때 그녀의 표정과 목소리는 저 자신의 마음 또한 아프게 할 정도로 진정성을 확실히 보여주었습니다.

 

둘째로 시대극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1930년대를 다시 옮겨놓은 듯한 화면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 돈 좀 들었겠는데'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 소품들, 세트, 복장들은 영화에 매우 몰입하게 만든 일등 공신들입니다.

 

세 번째를 들자면 극중 다양한 캐릭터들과 그 캐릭터를 잘 연기해낸 배우들입니다. 극중 암살대상인 악랄한 친일파를 정말 짜증나게(좋은 의미로) 보여준 이경영이나 극 조반 열혈의 민족주의자에서 나중 반민족자가 되는 정말 변절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정재의 연기는 영화의 의미를 배가시키는 힘을 보여줍니다. 독립운동도 배가 불려야 할 수 있다며 현실적인 투사의 모습을 보여준 조진웅이나 극중 비중은 크지 않으나 체포되는 순간 심장이 떨리는 연기를 보여준 김해숙은 영화를 생생하게 만들어주었지요.

 

마지막으로 훌륭한 액션씬들입니다. 전작 '두둑들'에서는 화려하지만 약간은 황당한 액션씬들이었는데 이번에는 사실적이면서도 긴박한 그러면서도 멋들어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전지현은 그 우월한 기럭지 덕인지 뛰고 날고 넘어지며 보여주는 모습이 참으로 멋집니다. 잘만 하면 한국판 '안젤리나 졸리'가 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기대를 품게 하더군요. (너무 나갔나요? ^^;)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서는 순간에도 귀에서는 몇몇 대사가 맴돌았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투사들의 '대한독립만세'. 성공하기도 어렵고 성공해도 살아 돌아오기 힘든 임무를 떠나면서 외치는 그들의 말. '대한독립만세'........ 악랄한 친일부역자이면서도 자신의 행동이 민족을 위해서 였다고, 민족의 발전을 위해서 였다고,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였다고 강변하는 강인국(이경영)의 말. '해방이 안될 줄 알았지'라면서 자신의 변절을 정당화하는 염석진(이정재)의 말. 임무를 위해 죽어간 독립투사들의 이름을 부르며 촛불을 켜던 그리고 그들의 이름이 잊혀질거라 아파하던 김원봉(조승우)와 김구(김홍파)의 말.

 

이 영화를 보고 감독의 전작, 1000만 관객을 넘은 '도둑들'을 봤습니다. 여러 면에서 호평 받았고 확실히 재미있기는 했습니다만 제 눈에는 '암살'이 좀 더 나아 보였습니다. '도둑들'이 장르에 국한되었다면 '암살'은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과 메시지를 포함한 영화로 보입니다. 강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