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위대한 영웅의 햇병아리 시절 이야기 '젊은 날의 링컨(Young Mr. Lincoln, 1939)'

꿈꾸는 아빠나무 2020. 9. 11. 16:08

키 193cm 깡 마르고 팔다리가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길고 얼굴에는 수염이 가득.

누구에 대한 묘사일까요? 여러사람이 떠오를지 모르겠지만 저런 외모를 가진 사람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아마 미국 제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일 겁니다.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세명의 대통령 중 한 명이자 다른 두 사람(조지 워싱턴, 프랭클린 D. 루즈벨트)보다 세계에서는 더 알려진 사람. 흑인 노예 해방의 아버지. 민주정부가 뭔지 보여준 사람. 그 이후 등장한 전 세계의 수많은 대통령들이 롤모델로 꼽은 사람(그 것이 정치적 제스처에 불과했던 아니든 간에). 이 사람을 묘사하는 말은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대단한 사람이지요. 저 역시 그를 존경합니다.

링컨은 사실 그 성공만큼이나 좌절을 많이 겪기도 한 사람이지요. 대통령 되기전에 연방의원직에 도전했다가 낙선을 밥 먹듯 했고 사업도 여러 번 말아먹었으며 일생의 트라우마를 안겨줬던 첫사랑이자 약혼녀의 갑작스러운 죽음 등 참 파란만장한 일생을 살은 양반인데 그 죽음마저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으니 이 분의 일생을 과연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링컨이 52세에 대통령직에 올랐는데 정치에 도전한 것은 그보다 훨씬 전인 23세때 부터였다고 합니다. 그 전에는 우체국장, 벌목공, 뱃사공 심지어는 레슬러로서도 활동했었는데 레슬링은 정말 잘해서 챔피언도 했고 12년 동안 패배는 단 한 번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깡마른 그의 체구를 보면 참 의외의 경력이지요. 그러다가 독학으로 변호사 자격증을 딴 후 명 변호사로 이름을 떨치게 됩니다.

존 포드가 1939년에 만든 영화 '젊은 날의 링컨(Young Mr. Lincoln)'이 바로 이 때의 링컨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시작은 링컨의 어린시절이 아니라 주의원에 도전한 링컨을 지지자가 소개하고 링컨이 자신의 정치 철학을 설명하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근데 이게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과연 유세현장이라고 해야 할 까 싶을 정도로 소박합니다. 뭐 거의 200년 전이니 현재의 관점으로 볼 일은 절대 아닙니다만 말이죠. 아무튼 거기서 가게를 하고 있던 그에게 연설을 듣던 사람이 필요한 물건이 있는데 돈이 없다고 하자 링컨은 물물교환으로 물건을 내줍니다. 거기서 받은 것이 책인데 바로 법률서였지요. 그 책을 링컨이 열심히 읽고 있는데 한 명의 아름다운 여자가 등장합니다 링컨도 분명 그 여자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데 자신의 호감을 표현하기를 주저하지요. 그런데 여자가 대담하게 자신도 링컨을 좋아한다고 밝히는데 바로 이 사람이 링컨의 첫사랑이자 약혼녀인 앤 루트리지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한 계절이 지난 다음 장면에서 링컨은 앤의 무덤 앞에서 서있습니다. 그러고는 자신의 꿈을 좇아 도시로 나가게 되지요. 그리고는 거기서 변호사로서 활동을 시작합니다.

링컨의 생애는 앞서 말한대로 굉장히 드라마틱한데 그의 전반부는 주로 실패로 점철돼있지요. 이 영화는 향후 대통령이 되는 그의 정치사나 그 이후의 것을 다루지는 않고 제목 그대로 오직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기 그것도 한 사건만을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노라면 200년 전의 아직은 신생국 냄새가 폴폴 나는 법도 그렇고 제도도 그렇게 잘 정비되지 않았던 시기의 미국을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을 통해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 애쓰는 링컨을 비롯한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거기에 법정에서의 검사와 변호사의 변론과정은 또 의외로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상당히 스릴감마저 맛볼 수 있는데 80여 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 영화를 감독한 존 포드의 대표작은 존 웨인이 주연을 맡았던 '역마차', '수색자'등을 꼽을 수 있을텐데 아이러니하게도 '역마차'는 서부영화의 전형으로 꼽히고 '수색자'는 수정주의 서부극의 시초로 꼽히고 있으니 그의 역량을 알 수 있을 한 예이기도 하지요. 이 영화 '젊은 날의 링컨(Young Mr. Lincoln)' 또한 그의 수많은 작품 중 최고 중 하나로 꼽히는데 영화를 보면 과연 그럴만하다고도 생각되어집니다.

주연을 맡은 헨리 폰다는 그 외모부터 정말 링컨을 닮아 보이며 부드럽지만 강인한 그리고 현명한 링컨의 모습을 아주 잘 연기해냅니다. 원래 좋아하는 배우지만 여기서는 정말 투썸스 업을 하고 싶을 정도로 멋지게 나옵니다. 그런데 헨리 폰다는 처음에는 이 역을 거절했었다고 합니다. 자신이 이런 위인을 연기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고 하는데 감독의 설득에 분장을 하고 스크린 테스트를 한 후 그때 촬영본을 보고 매우 맘에 들어 역을 받아 들었다고 합니다. 또 헨리 폰다의 키가 188cm나 되는 장신인데 자신보다 더 큰 링컨을 연기하기 위해 키높이 신발(!)을 신었다고 하네요. 참 연기자란.. 대단해요.

영화는 1939년작이니 그렇게 쉽게 구해서 보기 어려운데 다행히 유튜브에 있습니다. 아래에 올려놓겠습니다.

링컨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는 이 영화를 포함해서 참 많은데 이 영화는 대통령이었던 그의 일생이 아니라 여러 실패와 고통을 안았던 그의 젊은 날을 다루고 있으며 또 그 일생에 매우 중요했던 변호사로서의 한 사건을 다루는데 그 다룸 새가 매우 훌륭합니다. 어떻게 보면 법정 스릴러 느낌도 좀 나기도 하는데 링컨의 인간적인 매력이 그 보다는 먼저이지요. 영화를 보노라면 앞서 말한 레슬러로 활동했던 그의 괴력을 볼 수 있는 부분도 나옵니다. 진지하기도 하고 유머러스하기도 해서 굉장히 재밌으니 가능하다면 한번 보시기를 강추합니다. 

Ps. 이 영화에서 나온 사건은 실재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링컨이 실재 맡았던 사건에서 모티브를 가져와서 구성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절반은 사실인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