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그 찬란한 그리고 안타까운 이름.. '명량'
오늘 아이들과 함께 보고왔습니다. 원래 개봉하자마자 보고자했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에 치여서 보다 여유있게 보려고 기다렸는데 이리 오래 기다리게 됐네요.
감상글 쓰기전에 고백한다면 저는 이순신 장군을 우리나라 인물들 중 가장 존경합니다. 또한 배우 최민식을 가끔 그의 연기에 부담을 느낄때도 있지만 매우 좋아하고 있으니 영화 시작전 이미 저는 이 영화를 냉철하게 보기에는 글러버린 조건을 갖춘 것이지요.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많이 흘렸습니다. 의식하지 못했는데 어느새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더군요. 슬퍼서라기 보다는 안타까움과 분노때문에요. 그가 고문당할 때 분노했고 그가 칠천량에서 헛되히 목숨을 잃은 부하들의 환영을 보면서 죄책감에 절규하는 모습은 너무나 안타까워 저 슬퍼하는 장군의 어깨를 붙잡고 위로해 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습니다.
영화에서 집중했다는 후반부의 전투장면은 분명히 흥미진진하기도 하고 백병전은 그 치열함이 피부에 소름을 돋게할 정도로 밀도가 있었습니다. 전반부의 그 괴로움을 보상받은 느낌이 확실히 있더군요. 좋았습니다.
포탈이나 커뮤니티에서의 영화평을 보면 진중권 같이 별로라고 보는 사람도 있고 매우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제가 본 명량은 나쁘지 않은 영화입니다. 걸작이나 수작이라고 이름 붙이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만 분명히 재미있으며 이순신이라는 우리나라 최고의 위인이 박제화되지 않고 생생한 인간으로 잘 묘사되었으니 분명히 좋은 영화입니다.
영화의 관객수가 이미 1600만명을 넘어 1700만명에 육박한 지금 이 영화를 국뽕맞은 사람들에 의해 과대평가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사실 뭐 국뽕이라고 해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아들 휘를 통해 제기된 물음에 대한 장군의 답, '군인의 충은 백성을 향한다. 백성이 있기에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기에 임금이 있다.'라는 말은 영화 내내 장군이 보여주고자 했던 모습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런 위인을 다뤘기에 열광한다면 그게 무슨 잘못이 있을까 합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장군이 했던 말 중 백성, 민초를 향해야 한다는 진정한 충을 갖춘 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보기 힘들다는 사실이겟고 장군같은 의인들은 박해받는 것이겠지요.
배우들 중 장군을 연기했던 최민식에 대해 칭찬도 있지만 사극과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다, 고문을 받고 아팟던 당시 장군과는 다르게 너무나 건강한 모습이다 등등 악평도 적지 않지요. 모두 나름 이유있는 평일지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선입관에 의한 과한 평이 아닌 가 싶습니다. 과거 김명민이 연기했던 장군의 모습을 가장 이상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특히 그렇게 보는 것 같은데 김명민 또한 연기한 것이기에 그 것이 장군 본연의 모습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 까 싶습니다. 최민식 또한 인터뷰에서 밝힌대로 그렇게 고민했고 그 고민의 결과를 보여준 그 연기는 앞서 밝힌대로 스테레오타입이 아닌 살아있는 장군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전 이 영화에서 가장 좋게 봤던 부분이 장군이 잠을 힘들게 자다가 부하장수들의 환영을 보고 울부짓던 장면이고 그 뒤를 이어 불타버리는 거북선을 보며 낙망하여 절규하던 모습이라고 봅니다. 생생하게 느껴지던 아픔 만큼 그의 연기가 인상적이었지요.
이순신이라는 이름에 많은 것을 기댄 영화입니다만 그 영화적 재미와 메시지는 분명히 가치가 있으며 볼만한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추천합니다. 뭐 이미 볼 분들은 거의 다 보셨겟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