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좀 실망스러웠던 '제이슨 본' (스포가 있습니다.)

꿈꾸는 아빠나무 2016. 8. 9. 12:49

영화 '제이슨 본'을 후배들과 같이 어제 봤습니다.

보러 가기전에 이미 많은 혹평을 접해서 기대치를 낮추고 갔는데 듣던 것보다는 그렇게 나쁘지 않은데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스토리도 캐릭터 묘사도 캐릭터들 간의 관계도 평범하지만 뭐 나쁘지 않다 정도일까요.

문제는 이게 '제이슨 본'이어서가 아닐까 싶더군요.

망작에 가까웠던 4편 '본 레거시'를 제외한 본 3부작은 제가 본 영화중에서 손을 꼽을만한 수작들이었고

특히 첩보영화에서 그 유래를 찾기 힘들었던 캐릭터 '제이슨 본'은 정말 시리즈를 최고로 만들어주는 요소였지요.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 바로 그 '제이슨 본'이 많이 아쉬었습니다.

사실 '본 얼티메이텀'에서 영화는 거의 완결이 났고 그 완결이 제가 봤을 때는 

더이상 이 매력적인 영화와 캐릭터를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을 제외하고는 완벽한 게 아닌가 싶었기에

10년이 지나 신작이 나온다는 소식에 반가움도 있었지만 완벽한 결말을 또 어떻게 이어갈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요.

그런데 그 걱정이 결국은 현실화 된 모습을 봐 버렸습니다.

이번 영화에서 아쉬운 것을 몇개 꼽으라면 무엇보다 먼저 '제이슨 본'의 매력 감소입니다.

전편의 시리즈에서 '제이슨 본'은 굉장히 인간적인 캐릭입니다. 반면에 또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인간병기이지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선택한 일이지만 그 일의 비인간적인 면에 번뇌를 거듭하다가 결국에는 기억을 잃어버린 첩보원.

기억을 잃은 상태에서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추어 모든 상황을 컨트롤하는 전술능력과 상대를 압도하는 전투능력.

거기에 자신이 과거에 한일을 지우려하지 않고 회개하는 모습, 잘못된 공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바로잡으려는 올곧음 등등

정말 매력덩어리였지요. 그런데 이번 신작에서 이 '제이슨 본'이 갑자기 어리버리가 되어버렸습니다.

10년전에는 갑자기 닥친 상황에서도 사태파악을 먼저하고 주변정황을 완벽히 자기 주도로 이끌던 인물이 

그 특유의 냉철함은 어딘가 버려버리고 이제는 되려 그냥 끌려다닙니다. 보는 내내 저 인물이 내가 알던 '본'이 맞어?하는 

생각이 계속 드는데 정말 답답하더구만요.

거기에 전편으로부터 10년이 지났으면 뭔가 다른 상황이나 전개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이야기는 2편의 데자뷰마냥

'본'에게 중요한 버팀목이 되주던 캐릭을 눈앞에서 죽게하고(그 것도 똑같은! 방식으로)

조직의 보스 캐릭터도 어쩜 그리 똑같은지..

게다가 10년전에는 없던 본의 아버지는 또 뭐임? 전편에서 '본'이 '본'이 된 이유가 국가를 위해서였고 그 대의가 흔들렸기에

'본'의 캐릭이 나온 것인데 뜬금없이 아버지가 등장하고 그 아버지가 눈앞에서 테러로 암살당해서 그 복수를 위해

'본'이 되었다? 그것도 사실 그게 조직의 음모에 의한 것이다? 정말 전편의 눈부신 이야기 구조를 박살내는 뭣같은 작위적인 설정이라니..

본시리즈 특유의 액션신이나 카체이싱등은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 임팩트나 긴장감은 솔직히 굉장히 쳐졌습니다. 

10년전에는 참신하고 멋졌지만 지금은 규모가 조금 더 커진 것 이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고 이야기 자체가 별로다 보니

액션도 카체이싱도 그렇게 와닿지 않더군요.

영화가 끝나고 좀 정리하려고 보니 남아있는 것은 알리사 비칸데르가 연기한 야심찬데다 자신의 신념하에 선악을 

자기식으로 잘도 해석하던 '헤더 리'의 어색한 듯 멋진 듯한 연기뿐이더군요.

차기작이 나올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영화처럼 만들려면 이제 '제이슨 본'은 끝낼때가 아닌가 싶어요.

감독이나 제작사가 매너리즘을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지 않는 한 말이죠. 

이상 아쉬움 남는 영화 감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