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2차세계대전의 또다른 미군 이야기 '더 리버레이터 500일의 오디세이'

꿈꾸는 아빠나무 2022. 2. 8. 17:42

지난번 포스팅에서 미국이라는 나라의 특이한 점을 이야기했었습니다. 최고의 선진국이지만 그 이면의 어두운 점 또한 매우 짙은 이상한 나라. 이번에 이야기할 영화는 바로 그 이상한 점을 잘 보여주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입니다.
제목인 '더 리버레이터 500일의 오디세이'는 주인공인 펠릭스 스탁스의 여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제목이자 스탁스가 자신의 입으로 말한대로 스탁스가 지휘한 부대의 여정이기도 합니다.
드라마는 시칠리섬에 상륙한 미군이 적과 조우하여 전투하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전투가 끝난 후 여러 전사자들과 실종자가 발생하는데 실종자 중 한 명이 독일군에게 포로로 잡혀 심문을 받게 되지요. 여기서 심문을 하는 독일 장교는 포로로 잡힌 미군과 사실 같은 지역 출신으로 미국에서 자랐지만 독일 혈통과 신념(나치즘)에 따라 독일에 입대한 사람이기에 미국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포로에게 친근하게 대하면서도 협박도 합니다. 전사한 미군들의 군번줄을 보여주면서 이름을 부르는데 그 이름들이 미국 원주민이나 멕시칸 그리고 흑인들의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잡탕들을 본 적이 없다면서 비웃는데 포로인 미군이 그렇지 않다면서 우리는 전우라고 하지요. 그러자 독일군은 미국에 있을 때 인디언이나 멕시칸 출입금지를 써놓은 술집들을 많이 봤다면서 같이 술도 마시지 못하는 전우가 어디 있냐고 비웃습니다. 여기에 미군은 제대로 답을 못하는데 이에 대한 답은 다음 장면에서 주인공의 입을 통해서 나옵니다. 허름한 농가에서 쉬고 있던 주인공 일행들은 농가에 숨어있던 이탈리아 소년에게 음식을 주는데 같이 밥을 먹던 아이가 부대원이었던 인디언 출신 병사가 통조림을 따기 위해 칼을 들자 놀라 피합니다. 독일군에 선전했던 잔인한 미군 이미지 때문이었지요. 그러자 부대장인 주인공이 소년에게 말합니다. 우리는 자긍심 높은 인디언 전사들과 대국과 당당히 맞섰던 멕시코인들 그리고 무법지대를 종횡했던 레인저스의 후손들로 구성된 부대라고. 독일군 프로파간다에 나오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고. 그러자 아이는 납득하는 표정을 짓고 부대원이 아이가 이해한 것 같다고 하자 인디언 출신의 하사관이 말하지요. '저 말은 아이에게 한 게 아니야'라고요.
그리고 이야기는 2년전의 소위로 갓 임관한 주인공이 새로운 부대를 맡는 장면으로 돌아갑니다. 새로 맡은 부대는 인디언, 멕시칸, 카우보이 등으로 구성된 말썽꾸러기 집단이었고 그들이 말썽꾸러기가 된 이유가 부대 내의 인종차별 때문이었는데 주인공은 그들의 인종 배경을 보지 않고 사람으로서 군인으로서 대접하지요. 그의 리더십에 끌린 부대원은 점점 변하게 되고 결국은 주인공이 나중에 말하는 대로 군에 오지 않았다면 절대 만나지 못할 사람들이지만 그러하기에 가장 가까운 존재로 변모하게 되고 그들은 사선을 같이 통과하게 됩니다.
이 드라마는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논픽션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언뜻 보면 실사인데 보다 보면 애니메이션입니다. 로토스코핑(rotoscoping)이라는 방법으로 만들어졌는데 인물들은 실사로 촬영하고 배경이나 등장 유닛 등은 CG로 만들고 실사와 CG를 합쳐서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하는 기법이라고 합니다. 저도 이 것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 자세히 설명하기 어렵지만 피가 튀는 잔인한 장면을 피할 수 없는 전쟁영화의 특성을 애니화로 적절히 감추면서 또 CG와 실사 간의 어색함을 잘 보정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보다 보면 이 말이 수긍이 갑니다.
제목에 들어가있는 오디세이는 주인공 스탁스를 상징하는데 집으로 자신의 부인에게로 돌아가기 위해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 했던 오디세이처럼 스탁스도 사랑하는 부인에게 돌아가기까지 지난한 시간을 보내지요.
드라마는 4부작으로 어떻게 보면 좀 짧은 느낌이 듭니다. 등장인물들 특히 인디언, 멕시칸, 카우보이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된 부대원들의 이야기도 저 '밴드 오브 브라더스'처럼 나왔다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드라마는 그들의 이야기를 많이 싣지는 않지요. 대신 주인공의 이야기에 집중을 하고 그의 영웅적인 면모와 편견 없이 부대원들을 대하는 선각자 같은 모습을 그의 내레이션을 통해 보여줍니다. 4부작이라는 짧은 시리즈에 주인공과 그의 부대가 거쳐야 했던 수많은 전투를 담으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좀 아쉽기는 합니다.
드라마의 배경이었던 2차세계대전기로부터 8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다양한 인종이 함께 모여있는 미국 내 인종차별은 아직도 큰 문제로 남아있지요. 그래도 어쩌면 치부랄 수 있는 것을 당당히 드러내고 바꿔가려고 노력하기에 또한 주인공 스탁스 같은 사람들이 계속 나오기에 미국이라는 나라가 강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특이하게 만들어진 하지만 재미있기도 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2차 세계대전기의 또 다른 병사들 이야기 '더 리버레이터 500일의 오디세이' 한번 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