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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new year!

꿈꾸는 아빠나무 2022. 12. 31. 12:40

올해가 시작되었을 때 늘 그렇듯이 저는 딱히 계획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그냥 평소처럼 열심히 살자'가 그나마 맘에 세운 것이었는데 일 년이 지나가는 오늘 그 작디작은 다짐을 잘 해냈나 뒤돌아보면 뭐... 그렇죠. ㅋㅋ

어린 세대 그러니까 Z세대는 잘 모를 광고가 하나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굉장히 큰 반향을 일으켰던 것인데 상업광고가 아니라 삼성이 만든 기업광고였습니다. 카피문구가 '역사는 1등 만을 기억합니다.'가 바로 그것이었지요. 지금도 초일류 기업으로 평가받는 삼성이 내세워서일까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이 당시 1등주의가 도서시장에서도 기업 간에서도 엄청나게 바람을 일으켰었습니다. 덕분에 한동안 1등 아니면 패배자라는 이상한 공식이 사회적 분위기였지요. 

성과가 확실하게 보여지는 종목은 아마 스포츠일 겁니다. 올림픽이던 얼마 전에 끝난 월드컵이든 우승자(팀)는 승리자 그 자체이고 결승에서 한번 졌을 뿐인 2등은 그냥 패배자같이 느껴지기도 하지요. 근데 과연 그런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많은 스포츠 종목 중에서 1등이 아님에도 각광받는 선수가 나오는 분야가 있는데 바로 마라톤입니다. 

언제 봤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어렸을 때 TV로 봤던 영화가 하나 있습니다. 마이클 더글라스가 마라토너로 분한 1979년작 '런닝'입니다. 주인공은 학창 시절 유망한 마라토너였지만 운동선수로 인생을 살기를 원치 않았던 부모님 때문에 마라톤을 포기하고 의대를 진학합니다. 하지만 적성과 성격문제로 중간에 포기하고 그 이후 선택한 것들도 계속 중간에 포기하는 것을 반복하며 실패한 인생을 살게 되지요. 이제는 중년이 된 주인공은 마지막 목표로 예전에 포기했던 마라톤으로 올림픽에 나가는 것을 세우고 다시 도전하게 됩니다. 과거와 달리 중간에 포기함 없이 계속 달린 그는 마침내 목표로 했던 올림픽에 나가게 됩니다. 무명이었던 그를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레이스 중간에 선두로 뛰쳐나가고 한동안 계속해서 1등의 위치를 고수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요. 그러나 중간에 뜻밖의 사고로 그는 큰 부상을 입게 됩니다. 참가자들을 기다리던 결승점에 1등이 들어오고 그 뒤를 이어 선수들이 계속 도착하며 올림픽의 하이라이트도 여기서 끝나는 듯 보이던 때 갑자기 방송에서 부상을 입고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달리는 선수를 보여줍니다. 물론 당연하게도 주인공이었지요. 다친 다리와 어깨를 끌고서 거의 걷듯이 아니 그보다 더 못한 속도로 그는 계속 달렸고 마침내 1등이 도착하고 몇 시간이나 지나 시간도 한 밤중에 결승선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때 1등이 도착했던 때보다 더 열광적인 환영이 그를 맞이하지요. 

1968년 멕시코 올림픽 마라톤에서 있었던 사건을 아마도 오마주했을 것 같은 영화의 마지막 부분이 물론 멋지고 감동적이었지만 영화를 본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생각나는 부분은 주인공이 포기했던 마라톤을 다시 시작한 이후 올림픽 예선전에 나갔던 때입니다. 이미 늦은 나이이고 오랫동안 운동을 쉬었던 그는 젊은 선수들의 스피드를 당할 수 없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결승선을 통과합니다. 아마 그는 자신을 추월하는 그리고 멀어져 가는 선수들을 보면서 힘도 빠지고 지치기도 했겠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또 무리하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끝까지 고수합니다. 어찌보면 이것이 정말 힘든 부분이 아닌가도 싶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 고수.

또 쓰는 말이지만 '어느새' 또 한해가 저물어갑니다. 지난 일 년 동안 삶의 마라톤에서 분투하신 여러분 참으로 애쓰셨습니다. 송년 혹은 망년 뭣이 됐던 지난 일 년의 수고로움은 이제 뒤로 놓아두고 다가오는 새해의 삶의 마라톤은 여러분이나 저나 모두 좀 더 행복한 레이스가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해피 뉴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