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ry Christmas!
이맘때면 늘 하는 말이 있지요. 참 시간 빠르다. 뭐, 시간 잘 가는 것은 평소에도 느끼지만 그래도 달력이 두툼하게 남아있을 때는 그리 크게 와닿지 않는데 달력이 달랑 한 장 남고 거기에 날자도 20일을 넘게 되면 진짜 크게 느껴집니다. 근데 그렇게 느끼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한 것 같아요. 어제 제가 자주 방문하는 동영상 사이트에서 진행자 둘이 탄식을 하면서 벌써 한 해가 다 갔다며 'Time flies'라는 표현을 쓰더군요. 새삼 사람들은 비슷하구나 라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우리 애들이 어렸을 때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뭘 선물해줘야 할까가 이맘때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였습니다. 이젠 훌쩍 커버린 녀석들은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해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 같고 그래서 저도 별 고민 없이 용돈으로 때우는데 약간은 아쉬운 맘도 듭니다. 고민하던 선물을 아이들이 받았을 때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저나 아내나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이었기에 말이죠.
빅토르 위고의 '장 발장(그 때는 아동용으로 나온 번역판은 대개 이 제목을 붙였습니다.)'은 제가 어렸을 때 읽은 책 중 가장 큰 감명을 준 것 중 하나인데 그중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장 발장이 팡틴의 유언에 따라 그녀의 딸 코제트를 찾으러 갔을 때입니다. 당시 테나르디에 부부에게 하녀 취급을 당하며 비참한 상태에 빠진 코제트는 그 또래 여자아이들이 보통 갖고 있던 특히 주인집 딸들이 갖고 있던 인형을 만졌다는 이유로 수모를 당하게 됩니다. 그때가 마침 크리스마스였는데 장 발장이 바로 그 코제트에게 가게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인형을 사다 주지요. 전혀 뜻밖의 선물을 받게 된 코제트의 기쁨이 책을 읽는 저에게도 생생하게 전해졌는데 이 감동은 그 이후 읽고 본 많은 책과 영화에서도 비할 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최근 몇년동안은 겨울이 좀 밋밋했던 것 같은데 올해는 눈도 자주 오고 춥기는 또 무진장 춥네요. 어렸을 때 겪었던 그런 추위는 아직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추워요. 지난 몇 년 동안 세계를 지배했던 코로나는 아직도 여전하고 지구 반대편에서는 전쟁이 벌어져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경기가 좋지 못해 더 춥게 느껴지는 것도 같습니다. 이럴 때 다시 돌아온 크리스마스가 내일이네요.
어떤 이에게는 그야말로 특별한 날일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그냥 지나가는 휴일의 하나일 수도 있지만 아무쪼록 여러분에게는 주는 기쁨이던지 받는 기쁨이던지 기쁨의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즐겁고 평안한 크리스마스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메리 크리스마스!